[옥타비오 파스]시적 계시(2)
[존재와 시간] 그리고 또 다른 책 득히 [형이상학이란 무엇인
가?]에서 더욱 적절히 보여주는 것처럼, 하이데거 스스로 이러한
'비존재', 즉 이간의 존재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부정적 사실이 결
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
혹은 무엇인가 결핍된 존재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결핍
된 그 어떤 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이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
다면 죽음은 인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며, 밖에서부터 인간에게 찾
아오는 이상한 일도 아니다. 만일 죽음이 우리의 일부분이 아니라
고 여긴다면, 유일하게 가능한 태도는 금욕주의적인 태도다. 우리
가 살아 있는 동안 죽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죽음을 두려워하며 죽음이 인간 사유의 중심을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죽음은 우리와 분리될 수 없다. 죽음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이다. 산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이다. 그
리고 생명을 가진 것은 모두 죽는 것처럼, 죽음이 우리 밖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고 삶 자체에 포함되어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죽음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죽음은 인간 삶의 결핍이 아니라, 반대로 삶을 완성시킨다. 산다는
것은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것, 낯선 것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며 이
러한 전진은 우리 자신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다는 것
은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끊임없이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것을 만나는 것은 긍정적
이다. 죽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열려 있는 공간, 즉 빔
이다. 산다는 것은 죽음에 던져져 있음에 근거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죽음은 단지 삶 안에서, 삶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태어남이 죽음
을 암시하는 것이라면, 죽음 역시 태어남을 끌어안고 있다. 만일 태어
남이 소극성으로 가득 차 있다면, 죽음은 적극성을 띠는 것인데, 왜냐
하면 태어남이 죽음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음에 둘러싸여 있
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삶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삶과 죽음, 존재 혹은 무는 별개의 실체나 사물이 아니다. 부정
과 긍정, 결핍과 충만은 우리 안에 공존한다. 아니 바로 우리다. 존
재는 비존재를 암시한다. 그리고 비존재는 존재를 암시한다. 하이
데거가 존재란 무의 체험으로부터 솟아오르거나 혹은 싹튼다고 단
언했을 때,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틀림없이 이것이었다. 결국 그 인
간은 스스로를 관조하자마자, 자신이 의미 없는 사물들과 대상들의
총체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자신도 하나의
사물에 불과하며, 모든 것이 각자 속으로 침잠하며, 모든 것이 표류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의미가 부재한다는 것은, 인간은 사물들과 세
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지만 그 의미란 바로 죽음밖에 없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됨으로써 비롯된다.
혼돈으로의 추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다. 우리 자신이
무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세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무에 이름을 붙인다면-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처럼 -무는 존재의 빛으로 반짝일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을 마주하고 사는 것은 삶 속에 죽음을 끼워넣는 것
과 같기 때무이다. 존재는 무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그리고 죽음
은 삶으로부터 태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무에 이름을 붙일 수 있으
면 죽음과 삶을 재통합 할 수 있다. 우리는 존재를 통해서 무로 다가
갈 수 있으며, 또한 그러한 부정의 초월이기도 하다. 부정과 긍정은
하나의 분리 불가분한 핵을 형성한다. "우리는 존재의 가능성이기
때문에 비존재의 가능성이다"라는 구문은 뒤집어서 말해도 옳다.
[옥타비오 파스]활과 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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