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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환자들은 면역글로불린 E 항체가 높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기생충 감염시에도 알레르기 때와 비슷하게 혈중 면역글로불린 E 생산이 증가된다. 하지만 이 면역글로불린 E는 알레르기 때의 면역글로불린 E와는 달라서 비만세포에 달라붙어도 히스타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만일 기생충에 의해 만들어진 면역글로불린 E가 비만세포에 다 달라붙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면역글로불린 E가 붙을 자리가 없어짐으로써 알레르기 증상이 억제되게 된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밥솥 안에 상한 밥이 있다. 그 밥을 먹으면 100% 탈이 난다. 그래도 배고픈 것보다는 배아픈 게 낫다고 생각해 밥을 먹으려 하는데, 기생충들이 밥솥 주위를 철통같이 지키고 앉아 우리는 못 먹게 하고 자기네만 먹어버려 우리가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다른 주장도 있다. 기생충에 대한 항체를 만드느라 우리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덜 만들게 된다는 것. 이건 기생충과 우리가 상한 밥을 나눠먹어서 식중독 증상을 덜 일으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요즘에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가지고 이 관계를 설명한다. 사이토카인은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데, 인터류킨(interleukin)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IL이라고 표기한다. 발견된 순서대로 번호를 붙이는데, 기생충에 감염되면 그 사이토카인 중 하나인 IL-10이 분비된다. IL-10은 전반적으로 인체의 면역 반응을 억제시킨다. 그래서 우리 몸이 알레르기 항원에 덜 반응할 수 있고, 증상도 완화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한 밥을 몇 숟갈 떴을 무렵, "그 밥 먹지 마!"라는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만손주혈흡충(Schistosoma mansoni)이라는 기생충에 걸린 사람은 IL-10의 혈중 농도가 아주 높은 대신 피부가 알레르기 항원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근데 이 기생충을 약으로 치료했더니 IL-10 생산이 감소되고,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반응이 증가되었다고 하니, IL-10이 상한 밥을 먹지 말라는 신호인 셈이다. 이밖에 기생충이 자기가 더 잘 살기 위해 숙주 면역을 전반적으로 감소시켰다는 설-이건 기생충이 평소의 징그러운 모습을 동원해 우리의 식욕을 줄인 것에 비유할 수 있다-도 있는데, 이유야 어떻든 현재 알레르기 질환과 기생충 감염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기생충과 알레르기를 넣고 검색을 해보면 무려 2,000편의 논문이 나올 정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