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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IU 2009. 8. 29. 15:03

[인터뷰]“나로호 발사에 왜 목소리 내지 않나”

2009 09/01   위클리경향 840호

ㆍ우주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브루스 개그넌 사무총장

 

"대한민국 사람들은 과연 이번에 발사하는 로켓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려진 것처럼 단순하게 좋은 목적만 있는 것인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우주프로그램이 미국의 우주통제·지배 정책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도 말입니다.”

나로호(KSLV-1) 발사에 대한 미국 평화운동가 브루스 개그넌의 ‘견해’다. 그는 ‘우주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이하 글로벌 네트워크)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 국제단체는 전 세계 150여 국 단체의 연합체로 1992년에 창립했다. 한국에서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과 평화네트워크가 참여하고 있다. 개그넌은 이 단체 창립을 주도하고 줄곧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MD(미사일방어) 반대와 군비경쟁 종식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했다. 이번 일정은 일본 히로시마 아키바 다다토시 시장의 공식 초청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지에서 연설과 심포지움에 참석한 뒤 14일부터 1주일간 한국을 다시 찾은 것. 이 그를 인터뷰한 것은 8월 18일이다. 나로호 발사가 예정된 날 하루 전이었다. 

그는 “심지어 평화운동가들 사이에서도 나로호 발사에 대해 거의 아무런 의견표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어찌됐던 그 이튿날 나로호 발사는 7분 56초를 남겨두고 ‘소프트웨어적 결함’으로 발사가 중지됐다) 그는 나로호가 전쟁 수행과 같은 군사적 목적과 기업이윤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로호의 군사적 목적?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찾아보면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19일 “한국형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나로호의 궤도를 추적하는 훈련을 나로호 발사와 동시에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반도 주변 열강들에는 각국의 이지스 체계를 점검하고 한국의 우주개발 능력을 탐지하려는 한편의 해상첩보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나로호에 실린 ‘과학기술위성2호’의 임무는 지구의 복사에너지와 대기·해양의 수분량을 2년간 측정하도록 되어 있지 않은가.

나로호의 알려지지 않은 군사적 목적
개그넌 사무총장의 견해는 겉으로는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우지만 군사적 전용과 같은 이중목적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모든 나라의 모든 우주에 관한 계획은 이중적인 목적이 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위선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이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는 비난이 있었고, 심지어 요격을 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 대한민국이 로켓을 발사할 때는 아무도 그것을 비난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말 위선적이다. 양쪽 모두 군사적 목적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해야 한다.”

차이가 있다. 북한의 경우 그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되지 않았는가. 반면에 나로호의 경우 그 과정이 공개적으로 수행됐다. 핵도 그렇지만 1970년대 박정희 정권에 의해 독자적 기술개발이 추진된 뒤 미국의 견제로 좌절된 역사적 경험이 있다. 그 이후 한국은 미국의 통제 아래 공개적인 개발의 길을 택했다.
“맞다. 미국은 그 자신의 통제 아래 많은 동맹국을 끌어들이려 한다. 대한민국이나 일본의 우주개발이 단적인 예다. 미국의 우주사령부는 이 우주산업의 프로젝트가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산업프로젝트라고 우쭐거리는데, 그만큼 엄청난 비용이 든다. 미국 혼자서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다른 나라에)지우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개발 과정은 미국의 전적인 통제 과정 아래에 있다.

‘우주의 무기화’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나. 이를테면 미국과 우주개발경쟁을 벌인 옛소련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빌 클린턴이 재임한 8년과 부시가 재임한 8년, 현재 버락 오바마 정권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에서 우주무기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매년 이 두 나라는 유엔총회에 이 새로운 조약을 내놓고 있지만 오직 세 나라가 반대하고 있다. 어떤 나라인지 아는가.”

잘 모르겠다.
“미국과 이스라엘, 미크로네시아 연방이다. 미크로네시아가 반대하는 이유는 이 나라의 콰잘레인 환초에 미국 발사기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가 반대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주를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다른 나라의 우주 접근 사용을 막는 것이다. 콜로라도 미국 우주사령부 건물에 가면 본부 건물에 우주사령부 로고가 있다. 거기엔 우주의 주인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즉 누군가 우주를 통제할 수 있다면 지구도 통제·지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나로호 문제로 돌아가 보자. 어찌됐든 표면적으로 나로호의 임무는 대기측정 등 과학·평화적 목적이 아닌가. 사무총장의 말은 마치 19세기 러다이어트(기계파괴)운동처럼 모든 과학기술에 반대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처럼 들린다.
“나와 내가 관여하는 단체는 결코 기술일반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고 있지 않다. 단체의 이름대로 우주의 군사화와 무기화를 반대한다. 우리는 인공위성을 통해 야구게임을 컴퓨터로 보고 또 기상변화도 안다. 우리 단체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저명한 과학자다. 우리의 핵심적 관심은 기술의 잘못된 사용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카시니호 캠페인으로 단체 널리 알려져
반전을 주장하는 단체가 여럿 있다. 우주 무기나 전쟁을 거론하는 것은 현실의 쟁점에서 동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종교적 배경이나 연관은 없는가. 이를테면 라엘리안 같은 경우도 ‘우주문제’를 자주 거론한다.
“종교적이라기보다 도덕적·윤리적 문제다. 정부가 이를테면 건강보험이나 교육·문화적 기부와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그쪽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 윤리적·도덕적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나는 지난 27년 동안 이 운동을 해오면서 우주 이슈를 다루지 않고서는 평화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핵무기를 없애려는 노력도 우주 이슈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가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및 유럽우주기구(ESA)가 주도한 ‘카시니 탐사계획’과 관련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부터다. 카시니 탐사계획은 1997년 토성과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탐사하고 다시 지구에 귀환하는 프로젝트로, 글로벌네트워크는 카시니호에 플루토늄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 결과 카시니호는 당초 지구궤도를 500마일 안쪽으로 돌도록 되어 있던 노선을 500마일 밖으로 수정했다. 캠페인의 승리였다. 토성까지 여행하는 동안 플루토늄은 연료로 사용되지 않았다. 선내 전기시설 유지에 사용됐을 뿐이었다. 그러나 개그넌은 카시니호가 일종의 아이스브레이커 또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다음은 그의 회고. “일반 대중은 카시니호 계획이 있는지도 몰랐고, 또 나사는 순수한 과학적 임무만 띤 것으로 선전하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활동가의 일은 카시니호가 얼마나 핵산업과 치명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폭로하는 것이었다. 군사적 이용에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지 않더라도 카시니호 캠페인은 원자력을 사용하면서 그 가능성을 시험한 첫 관문이었다.” 미국의 군수산업체들은 장기간의 우주비행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얻으려면 원자력만이 해결책이라고 선전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을 반복해 주입하면서 암암리에 상식화돼 왔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원자력의 확산에 목을 메는 것일까. “핵 산업이 우주를 새로운 시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핵원자로나 로켓, 엔진, 시장을 생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그 사람들은 달과 화성에 광산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그런 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플루토늄이 문제다. 한 에너지 관련 단체의 추적보고서에 따르면 플루토늄은 생산 과정에서 공기뿐 아니라 물, 노동자를 오염시켜 왔다. 우리는 그것을 우주까지 옮기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두고 이명박 정부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선언했다가 연기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PSI 참여는 자동적으로 MD 참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MD문제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핵심 이슈다. 미국은 전 세계 많은 나라에 미사일시스템을 배치하려고 한다. MD란 이름은 말 그대로 미사일 방어지만 방어가 아니라 선제공격용이다. 이를테면 러시아가 100개 핵미사일을 미국에 겨냥하고 있다면 제한된 미사일방어망만으로는 커버하지 못한다. 즉 선제공격을 통해서만 MD는 작동할 수 있다.”

방어가 아니라 공격용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이걸 추진하는 사람들은 방어라는 이름을 지었겠는가.
“그래야만 팔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내용을 보면 그 계획은 매우 비싸고 (공격대상인 상대방의) 자극을 촉발하는 데다 불완전한 시스템이다. 아시아·태평양에 배치되는 PAC3는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에 맞서기 위해 배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방부 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지난 4월 ‘더 많은 이지스함이 유도미사일 방어를 지니도록 전환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중국에 대항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미 진보진영 오바마 개혁 부진에 ‘실망’
동북아시아의 MD 문제는 그래도 오래된 이슈다. 오바마의 경우는 어떤가. 그런 정책기조를 유지하려고 하겠는가.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개혁 이슈와 이라크 철군 등 공약으로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
“미국 진보진영의 대부분은 그가 제기한 모든 이슈에 대해 실망했다. 그가 배반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오바마는 현재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지지도가 낮아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확산을 보면 더 명확해지고 있다. 오바마는 더 이상 (그의 선거구호였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쉽게 말해 부시를 ‘나쁜 카우보이’라고 한다면 오바마는 ‘좋은 카우보이’ 정도다. 중요한 포인트는 아직도 오바마가 군사제국주의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개그넌의 블로그나 언론기고문 등을 보면 한국사례를 자주 언급한다. 지난 5월에는 범민련 구속자들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하는 공개서한을 냈다. 그의 한국 일정을 보면 참여연대·평화네트워크 등에서의 강연·심포지움도 있지만 용산범대위 방문, 평화통일단체 기자회견 참석, 민주노총 방문 등 한국의 여러 현실에 대한 참여도 두드러진다. 한국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도 궁금했다. 친·인척 가운데 한국 사람이라도 있는 걸까. “나는 1952년 7월27일 태어났다. 한국 휴전협정이 체결되기 꼭 1년 전이다. 아버지는 한국전 당시 공군으로 참전했다. 아버지의 취미는 한국 사람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 사진들을 보며 자랐다.” 청소년 시절 닉슨의 선거운동을 할 만큼 공화당 지지자였던 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뒤 생각이 달라졌다.(현재 그는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재향군인회 회원이기도 하다) 플로리다 주의 농업노조에서 일하던 그는 ‘평화정의연합’ 활동을 한 뒤 ‘글로벌네트워크’ 창설을 주도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없냐고 물었다. 그는 “OUT”이라고 짧게 답했다.